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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꿈을 꾼 듯한 북유럽 여행
작성자 유원근 작성일 2023-08-11 12:43:06
















지금까지 여행은 저 혼자 또는 아내와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했지, 패키지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과 경로를 따라야하는 압박감과 휴식과 생각보다는 눈에 빨리 담아야한다는 조급함, 일정 장소에서의 기념품 강매와 함께 여행하는 여러 동료들과의 불편함이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간 가졌던 여행은 걷고, 멈추고, 생각하고, 쉬고,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것이라 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7월26일부터 8월5일까지 9박11일간의 북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와 아내는 대화에서 이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했습니다.


"꿈을 꾼 것 같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 새로운 음식과 습관,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속도 안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았고, 자연을 마주하면서 그 경이로움에 겸손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에도, 계속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는 그 꿈을 다음에도 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여행을 마친 닷새가 된 지금도 매시간 하게 됩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늘 변수가 따라다니죠. 제가 혼자 준비했던 아내와의 스페인 자유여행.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서는 평온히 전시 관람 중에 초등학생 아이로부터 아내가 인종차별을 당해 관계자를 만나서는 비공식적으로 민원을 넣기도 하고,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갈 때 렌페로 이동 중에 스페인 철도 노동자의 파업으로 중간에 버스로 갈아타야 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의 지연으로 자칫 귀국 비행기를 못타게 될 뻔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화내지 않고, 우리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이 있겠지' 하면서 차근히 생각하고 행동하니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자연 해결되었습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화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여행은 하면 할수록 마음의 여유와 생각의 균형, 넓은 시야가 중요함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잣대로 내세워 타인의 그것과 비교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

이번 여행 내내 우리와 함께한 인솔자(루피)는 꼭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여행 중에 마주친 다른 여행사의 한국인 인솔자들은 빨랐습니다. 한국의 속도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여행자들 역시 그 속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들은 분주했고, 여유가 없어보였으며, 시끄럽고 피곤해보였습니다. 여전히 한국에 머물러 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습니다. 이 나라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어 인솔자는 우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자연 노르웨이와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의 속도에 맞춰졌습니다. 우리는 차분했고, 여유가 넘쳤으며 조용하고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여행의 속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솔자는 차근히 동선을 안내하고, 조금 앞서 움직여 어긋날 수 있는 상황을 정리하며 주변의 흔듦에도 자신의 무게로 버티며 본분을 다해 우리와 매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본래 의도대로 되지 않더라도 웃으면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였고, 그에 우리가 동요되지 않도록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여행이 순조로울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 모습에 우리 여행자들도 이 여행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4명의 현지 가이드는 각기 다른 성격과 관점에서 우리를 안내해주셨습니다. 각각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문화와 사람 그리고 방문지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해주셨습니다. 모두 훌륭한 안내를 해주셔서 3개국 그리고 각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 아내와 저는 노르웨이에서 만난 여자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오슬로에서 출발해 뵈르겐에 도착할 때까지 각 방문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노르웨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저는 다른 언어권에 속해있는 나라와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려면(결과), 그 문화를 생성한 민족, 그들의 언어와 사고에 대한 이해(원인과 과정)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위 가이드 분은 자신의 일생을 보내고 있는 노르웨이에서 그리고 노르웨이 사람들 속에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또한 비판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주셨습니다. 또한 우리가 피오르 그리고 멋진 강, 바다를 마주할 때는 잠시 침묵으로 우리들이 눈과 마음을 열고 자연을 마주하도록 쉼을 두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포함한 우리 동료 여행자 16명은 마치 친가, 외가, 처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짧게 일상의 이야기와 여행 중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상대를 이해하게 되며 맞춰나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두와의 약속을 소중히 하고, 다른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조심함도 있었습니다. 만약 이보다 더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였다면 오히려 여행보다는 관광에 더 가까워졌겠지요.

귀국하고 나니, 비행기 출구에서부터 시작되는 떠들썩함, 사람들의 빠른 걸음과 대화, 그리고 일처리, 도로 주변에 어지러운 광고 현수막과 가게들의 총 천연색 광고판, 차량의 급한 차선 변경과 크락션 또 신호위반을 보면서 탄식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본래 내가 살고 있던 곳의 속도였는가?'하면서 하면서 말이죠.

집에 돌아와 기념품으로 샀던 캔들과 홀더를 꺼내어 곳곳에 켜두고, 천장의 LED등을 껐습니다. 그 고요함과 촛불의 은은함이 너무나 따뜻해 좋았지만 대낮처럼 환히 밝히던 불빛과 비교하니 불편했습니다. 여행 중의 느림과 불편함을 낭만으로 여겨 그리워했음에도 일상 속의 빠름과 편리함을 외면하지 못하고 마음의 한끝에 거두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여행의 추억과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노르웨이의 차분함, 스웨덴의 활달함, 핀란드의 수줍음을 다시 느끼면서 각 나라의 길거리, 가게와 공원, 박물관과 도서관과 미술관, 자연 속에 만난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과 마주함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본 여행 후기는 여행 중에 마주한 제 개인적 시선과 감상을 정리하여 극히 일부만 글과 사진으로 남긴 것입니다. 당연히 보는 이에게는 상대적이며 읽는 것 자체만으로 정서적 소비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곳에 가면 저런 것을 볼 수 있다를 넘어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여행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기에 이 후기를 보는 이들과도 그 관점을 함께 나누기를 희망하며 작성하였습니다. 보다 여행의 본질과 가치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실천이 이번 우리의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에 다른 속도의 여행을 경험코자 하는 분들께 권합니다. 이 후기가 예비 여행자들이 트래블러스맵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여행에 조금 더 풍요로움을 더하는데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트래블러스맵의 관계자 여러분께서도 이런 기대에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여행을 마련하시는데 더욱 경주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이상으로 여행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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