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13일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23년 6월경 아빠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들었다. “남미 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떻겠니?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은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할 때 1~2주 정도의 휴가로 가능하지만 남미는 약 1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여 지금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빠가 12년 전 차마고도, 몽골을 여행할 때 같이 동행했던 정말 성실하고 호감이 가면서 믿음직한 인솔자 ‘루피’라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 달 동안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며칠 동안 고민을 했지만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고 한 달 동안의 남미 여행은 고민한 시간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마추픽추를 보는 날에는 아침부터 날이 흐리고 비가 왔다. 안개가 5분, 10분에 한 번씩 걷히면서 희미하게 보일 때마다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날씨가 내 마음대로일 수는 없겠지만 마추픽추를 가는 날 만큼은 날씨가 맑길 바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마추픽추가 보이는 찰나의 순간에 서로를 찍어주기 위해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위하는 모습이 맑은 날씨만큼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번 여행 동안 가장 좋았던 곳을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비니쿤카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것 때문에 처음에는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룸메 형의 영향과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가보기로 했다. 정상에서 본 비니쿤카의 모습과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느낀 감정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대중 매체를 통해 이미 유명한 우유니 소금사막. 중학생 때 가보고 싶은 장소 버킷리스트에 작성했던 곳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선글라스 없으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고 하얀 소금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 열심히 사진 찍고 다같이 보낸 시간이 그저 행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캡모자를 쓰고 귀에만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덕분에 화상을 입었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 안에 있는 호수와 산봉우리는 그림과도 같았다. 딱 저 부분만 눈에 다르게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모레노 빙하 투어를 하면서 느낀 건 한 대륙을 여행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지였다. 사막, 빙하를 둘 다 볼 수 있다는 게 남미 여행에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망대에서 웅장한 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면 그 순간 넋을 놓게 된다. 또 언제 내가 빙하 위를 걸으며 위스키를 마시는 경험을 해볼까 싶다.
모든 게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묵었던 호텔의 위치와 시설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제공해주는 음식, 루피님의 세심함 등 제한된 조건 속에서 여행객들의 편안과 만족을 위한다는 점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직 많은 정보를 알고 오지 않은 나에 대한 아쉬움뿐이다. ‘2030패키지로 왔다면 더 좋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면 나는 확실하게 ’그건 아닐 거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를 여행하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여행하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함께한 일행분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힘든 일이 찾아오면 여행 동안 느끼고 다짐했던 생각을 다시 되돌아보게 될 거 같다. 나에게는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을 느낀 시간이었다.
한 달 동안 함께한 일행분들, 인솔자 루피님에게 감사드리고, 누구보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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